Bongha Lee

암행어사


(Scene 1)
지친 나그네여
영혼의 골수가 말랐을 땐
은하수 한 잔에 별빛을 타서 마시세요
가까이 오세요
재와 흙이 된 당신의 머리 위에
꽃을 심어 줄게요
당신의 마음은 때묻지 않은 깃털 하나
당신의 마음은 산골짜기에 숨겨진 일급수 옹달샘
당신의 마음은 꺼지지 않는 촛불 한 자루

(Scene 2)
꽹과리 소리 점점 가까워오고
한 사내, 침을 흘리며
용암처럼 달궈진 이 감정을
하염없이 망치로 후려치고 있다
어두운 시대에 등불을 켜고
저항과 낭만의 상징을 찾고 있는데
온 들판에 패배의 곡소리만 만연하니
죽음에 중독된 송장아
송장답게 그 입을 다물라

(Scene 1)
빛의 도담이 묵을 사랑방에
얼른 군불 때고 다과를 가져오라
냉수 한 잔과 뽀송뽀송한 이불
잘 차려진 밥상과 긴 담소가 기다리고 있으니
아끼던 이야기 보따리 함 풀어보시죠

(Scene 2)
멀리서 다가오는
갓 쓴 한 사내
청절(淸節)한 그의 양 손에
마패와 유척이 빛난다
봇짐에는 붓과 먹이 가득하고
쇠바퀴 소리 식을 줄 모르고
북극성은 밤마다 제 자리를 지키거늘
정의란 것, 아직 땅 아래 묻히지 아니하였노라
암행어사 출두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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